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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다리 쉬게 하고, 마음도 밝혀주는 솔숲과 오래된 나무들

2021-09-07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충북의 숲과 나무?제천Ⅱ
팍팍한 다리 쉬게 하고, 마음도 밝혀주는 솔숲과 오래된 나무들
'의림지 솔방죽/ 효자마을 500년 느티나무 / 600년 소나무가 있는 마을'

    제천시 모산동 의림지 솔밭공원, 500m 정도 이어지는 솔숲은 사람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송학면 도화2리(동막 마을) 500년 느티나무와 무도3리(삭고개 마을) 600년 소나무는 예나 지금이나 마을과 사람들을 지키는 수호목이다. 마을 사람들은 물론 마을을 오가는 사람이나 나그네의 팍팍한 다리를 쉬게 한다. 고목 자체에서 풍기는 단아하면서도 당당한 기운은 사람들 마음마저 밝고 기운차게 만든다.  


의림지 북쪽의 솔숲과 남쪽의 솔방죽
    솔숲이 환한 건 그 숲에서 쉬는 사람들 때문이다. 솔숲에 든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밝은 건 사람들을 품어주는 솔숲 덕이다. 숲의 생기와 사람들의 온기가 하나 되는 솔숲이 충북 제천시 모산동에 있다. 
    의림지 솔밭공원이라고 불리는 솔숲은 의림지에서 북쪽으로 약 1㎞ 정도 거리에 있다. 솔숲은 남북으로 500m 정도 이어진다. 솔밭공원 위 비룡담 저수지에서 흘러내린 물이 시냇물이 되어 솔밭공원 옆으로 흐른다. 또 다른 물줄기를 인공으로 끌어들여 솔숲으로 흐르게 했다. 솔숲 아래 작은 도랑이 흐르는 거다. 
    아이가 쫄쫄쫄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발장구를 친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에는 연신 웃음꽃이 핀다. 강아지와 산책 나온 젊은 부부가 소곤거리며 걷는다. 팔을 앞뒤로 크게 저으며 빨리 걷는 아줌마는 헤드폰을 썼다. 음악을 들으며 운동을 하는 모양이다. 돗자리를 깔고 솔숲 그늘 아래 솔바람을 맞으며 누운 사람들도 보인다. 솔숲에서는 시간도 푸르게 흘러간다. 
 
충북 제천시 청전동 솔방죽

    의림지에서 남쪽으로 약 1.8㎞ 떨어진 곳에 솔방죽이 있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인공 시설물로, 조선시대 고종 임금 때인 1872년 제천현 지도에 솔방죽이 나온다. 주변 농경지에 물을 대는 역할을 했다. 
    지금은 생태공원으로 꾸며졌다. 사람 하나 없는 솔방죽은 고즈넉하다. 공중에 새소리가 퍼지고 물에서는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논다. 오리 떼가 물풀 사이로 들어갔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작은 방죽 둘레를 도는 길을 물가의 나무들이 호위한다. 방죽을 가로지르는 데크 길을 걸으며 방죽과 주변 풍경을 바라본다. 물에 하늘과 구름이 담겼다.  
 
左) 충북 제천시 모산동 의림지 솔밭공원. 소나무 숲. 소나무 숲이 500m 정도 이어진다.  右) 솔밭공원 소나무 숲
 
효자마을을 지키는 500년 넘은 느티나무 
    의림지 솔밭공원에서 동쪽으로 직선거리 900m 정도 떨어진, 제천시 송학면 도화리 805-4를 찾아간 것은 500년 넘게 마을을 지키고 있는 느티나무 한 그루 때문이었다. 나무 둘레가 7m 가까이 되고, 높이가 13m 정도 된다는 설명보다 오래된 나무 자체에서 풍기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도화리는 원래 제천군 북면의 마을이었다. 예로부터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도화리라고 불렀다. 일제강점기에 지곡리와 동막리, 신담리의 일부 지역을 묶어 송학면 도화리라고 했다.         1995년 시군통폐합에 따라 송학면 도화2리(동막)가 됐다. 지역 주민의 말에 따르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지금도 봄이면 복사꽃을 볼 수 있다 하니, 복사꽃 마을, 도화리의 맥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복사꽃 마을, 도화리 동막 마을은 한때 감나무가 많아 감골이라고도 불렀다. 복숭아나무와 감나무가 많았던 이 마을의 터줏대감은 500년 넘은 느티나무다. 매년 정월 대보름 전날 마을의 안녕을 빌고 복이 깃들기를 바라며 마을 제사를 지냈던 서낭나무였다. 
    느티나무 고목이 있는 이 마을은 효자마을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인조 임금 때 병이 깊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어드리기도 하고, 배를 먹고 싶다는 말에 철 지난 배를 찾아 헤매다 냇가에 떠내려오는 나무궤짝을 발견하고 열어보니 배가 담겨 있어서 아버지께 드렸다는 효자의 이야기가 내려온다. 최근에 101세까지 사시다 돌아가신 분이 있는 등, 장수마을로도 불리고 있다. 
 
左) 제천시 송학면 도화2리(동막 마을) 500년 넘은 느티나무    
右) 제천시 송학면 무도3리(삭고개 마을) 600년 넘은 소나무. 나무 그늘 아래 쉼터를 만들었다.
 
600년 넘은 소나무가 있는 마을
    도화2리(동막) 마을에서 남동쪽으로 직선거리 약 5㎞ 떨어진, 제천시 송학면 무도리 832-1에 600년 넘은 소나무가 한 그루 있다. 
    마을 어귀를 지키는 소나무 고목의 가지가 세월만큼이나 넓게 퍼졌다. 나무 그늘로 들어가 나무 옆 의자에 앉았다. 굵은 줄기를 비틀며 자란 모습에서 엄청난 생명력이 느껴진다. 나무 그늘에 놓아둔 의자는 마을 사람들은 물론, 마을을 오가는 손님이나 나그네의 팍팍한 다리를 쉬어가게 한다. 
    소나무 앞 비석에 조선 초기부터 이곳에 자생하는 나무라고 적혀있다. 오래 전부터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서낭나무로 여겼고, 지금도 그 맥이 이어진다. 매년 정월 초사흘 날 밤에 마을 주민이 모여 마을의 안녕을 빌고,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 제사를 올린다. 폭풍과 한설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함을 칭송하며, 마을과 마을 사람들을 보살피며 천년만년 살아가라는 내용의 글이 나무 앞 비석에 새겨졌다. 
    나무 그늘에서 나와 마을 어귀 큰 길에서 마을과 어울린 나무가 있는 풍경을 바라본다. 산이 감싼 마을, 마을을 지키는 소나무 고목이 어울린 풍경이 아름답다. 
    마을 뒷산이 왕박산이다. 이성계가 고려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나라 조선의 문을 열 무렵, 고려의 왕족과 유신은 전국으로 흩어져 초야에 묻혀 은거했다. 왕박산도 그중 한 곳이었다. 고려 왕족이 성을 박 씨로 고쳐 살기 시작한 것이다. 고려 왕족인 왕 씨가 박 씨로 성을 바꿔 살았다고 해서 산 이름이 왕박산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마을의 옛 이야기를 떠올리며 600년 소나무 아래를 한참 서성거렸다. 단아하면서도 당당하게 아름다운 고목이 사람 마음을 밝고 기운차게 해준다. 나무 그늘을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발걸음도 당당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