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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백신, 어떻게 개발될까요?

20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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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백신, 어떻게 개발될까요?
'백신의 개발과 임상실험'

    백신이 개발되어 상용화되기까지 통상 5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며, 천문학적인 개발비용 역시 소요되기 마련입니다. 상대적으로 단기간 내 개발된 에볼라 백신의 경우를 살펴보면, 2014년 10월 첫 임상시험을 시작하여 2019년 11월에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팬데믹 상황을 감안하여 백신 개발 기간을 1년으로 단축시켜 유례없는 속도로 신속히 개발되었죠. 이처럼 빠른 속도로 백신의 효능과 단기적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개발을 위한 각국 정부들의 전폭적인 연구비 지원, 제약회사들의 적극적인 투자, 다른 연구기관/회사들과의 협력, 임상시험과 백신의 승인을 담당하는 규제기관의 적극 행정 등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통상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은 전임상단계(non-clinical phase)와 임상단계(clinical phase)로 나뉩니다. 전임상단계에서는 다수 동물실험을 통하여 효능 및 독성을 평가하게 되며, 여기서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되어야 비로소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할 수 있게 됩니다.
    임상단계는 백신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 및 비용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는데, 이는 다시 1, 2, 3상 단계로 나뉩니다. 1상 임상시험은 수십 명의 건강한 대상자들로부터 백신의 안전성을 평가하게 되며, 2상에서는 보다 많은 수인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하여 안전성과 백신에 의해 유도되는 면역반응을 평가하게 됩니다. 3상 임상시험은 백신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로 백신의 효능 또는 유효성(efficacy)을 입증합니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에 있어서 유효성이란 백신이 위약에 비해 얼마나 유증상 코로나19 감염증을 잘 예방하는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백신을 접종받은 군에서 코로나19 발생률이 0.5%였고 위약군에서는 발생률이 5%였다면, 백신은 질병의 발생을 5%에서 4.5%p만큼 줄였기 때문에 유효성은 90%가 되는 것이죠. 
    가장 객관적으로 백신의 효능을 평가할 수 있는 연구 형태 중 하나가 바로 위약대조 이중눈가림(Placebo-controlled double-blinded)입니다. 위약대조라는 뜻은 임상시험 참여자 일부에게는 백신을, 나머지는 위약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즉, 일반적인 위약대조 임상시험에서 백신군과 위약군 두 집단은 백신과 위약 둘 중 하나만 접종받았다는 점을 제외하고 다른 인구학적 특징은 비슷하게 모집됩니다. 이를 통해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위약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임상시험 참여자 모두에게 백신을 준다면 비교군이 없어 백신의 효능을 판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상반응의 발생 역시 그 빈도를 명확하게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즉, 식염수와 같이 아무런 효과가 없는 위약을 접종받은 군에서도 다양한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자료는 백신을 접종받은 대상자들이 보고한 이상반응을 보다 정확하고 통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중눈가림이란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는 대상자도,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는 연구자도 접종받은 의약품이 백신인지 위약인지 모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임상시험에서 이중눈가림을 하지 않았다면 연구자가 백신을 접종받은 대상자들을 좀 더 면밀하게 관찰하거나 대상자가 위약을 접종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자연스럽게 이상반응을 연구자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중눈가림은 대상자나 연구자가 백신 또는 위약 중에서 어떤 의약품의 접종 여부를 인지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현상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연구가 객관적으로 수행될 수 있게 해줍니다.
    현재 국내에서 접종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들 모두 이러한 방식으로 임상시험이 수행되었으며 백신마다 적게는 만 명에서 수 만명 이상의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수행되었습니다. 코로나19 백신들의 3상 임상시험 규모만 살펴봐도 임상시험 대상자가 많다는 뜻은 그만큼 신속히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충분한 통계적 검증력을 갖출 수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합성 의약품에 비해 생물학적 제제인 백신의 경우 아직 국내 임상시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향후 백신 시장의 성장과 함께 국내에서 백신 임상시험의 규모도 앞으로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역시 다수의 임상시험이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변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능력, 효능 지속기간 등 다양한 방면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연구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국내 병원들의 임상시험 시설과 품질은 세계적인 수준이며,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모든 연구진 또한 철저한 교육을 받고 엄격한 절차를 준수하며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국내에서 시행되는 모든 임상시험이 엄격한 법률과 과학적 윤리 규정에 따라 진행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통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고요. 이미 국내에서 연간 수백 건의 임상시험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우수한 연구진과 정부 당국의 철저한 제도적 뒷받침을 바탕으로 국내 임상시험이 보다 활성화되고, 나아가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