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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산 자락에서 만나는 절경과 재미

2021-07-05

라이프가이드 여행


휘휘도는 현도금강 따라
구룡산 자락에서 만나는 절경과 재미
'안심사, 동화사 그리고 한 걸음 더 가볼만 한 곳'

    잰걸음으로 빨리 오르려고만 하지 말아요. 더디게 걷는 나무와 꽃과 돌탑을 만날 수 없잖아요. 오로지 오르려고만 하면 산은 너그러운 품을 내주지 않으니까요. 정상은 오르라고 있지만 빨리 오라고 하진 않아요. 천천히 허리를 낮추고 무릎도 감싸면서 그렇게 다독이며 올라와요. 


아홉 용머리 아홉 물줄기 _ 구룡산
    자신의 품을 내어주기란 쉽지 않다. 자식을 위해 한없이 내어주는 어미의 품 말고서야 어디 한구석 타인을 위해 내어줄 품의 여유가 있을까. 그러나 구룡산은 언제든 품을 내어 준다. 여러 산길을 내어 주어 누구든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또 정상에서는 잘 가꾸어둔 주변 경관을 맘껏 보여 준다. 가파른길을 쉼 없이 오르다 보면 어김없이 평탄한 길을 내어 주어 쉬어가고 숨 돌릴 여유를 주는 친절한 산이다.
    산 형세가 아홉 마리의 용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산의 아홉 줄기가 강물에 뻗어있다 하여 구룡산이라 한다. 대청호의 물줄기가 그려놓은 아름다운 풍경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 능선이 대청호반을 따라 이어져 있어 바다가 없는 내륙의 도시민들이 바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구룡산 정상을 오르는 길은 금호송어장에서 시작하는 길, 오가리에서 출발하는 길, 현암정에서 시작하는 길 말고도 여러 갈래다.
    장승공원으로 이어진 길은 장승들의 해학적인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가리에 닿으면 송어회, 메기 매운탕 등 군침 도는 메뉴가 즐비한 오가리 먹거리촌을 만나 볼거리, 먹거리가 풍성한 여정이 될 것이다. 현암사로 가는 길은 능선을 따라 수목과 야생화뿐 아니라 옛 구룡산성의 성석으로 쌓아올린 돌탑들이 정성 가득한 아름다운 길이다. 어느 곳으로 오르고 내려와도 3시간이면 충분히 즐거움을 만나고 먹거리를 만나고 웅장한 자연을 만나는 구룡산의 매력은 사계절,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계속될 것이다. 
 
좌측. 구룡산 등산길   우층. 현암사 삼성각 불화와 용화전
 
가파른 벼랑에 매달린 다람절 _ 현암사
    산 능선에 매달린 절이라 하여 다람절이라고도 불리는 현암사. 벼랑에 매달린 현암사에 오르는 길은 지척인데도 걸음이 꽤 숨 가쁘다. 하지만 한 번 디딘 가파른 계단은 결코 그 퍽퍽한 걸음을 포기하지 않게 한다. 백여덟 가지의 괴로움을 소멸하기 위해 108배를 드리는 치성으로 108계단을 오르면, 못오를 게 무엇이 있으랴. 짧지만 숨차게 계단을 오른 순간부터 이미 번뇌를 잊고 마음을 비우게 될지도 모른다.
    현암사에는 대웅전, 용화전, 산신각, 요사채가 있으며 대형석종이 하나 있다. 용화전에 들어서면 익숙한 자비롭고 인자하신 석조여래좌상이 봉안되어 있고 절을 따라 오른쪽 돌계단을 오르면 5층 석탑이 있다. 그 위로 구룡산 정상을 향하다보면 크고 작은 돌탑이 마음을 담아 쌓아져 있어 설레는 마음으로 작은 소원 하나 슬쩍 올려놓게 된다. 아담한 절이지만 꽃과 나무 새소리까지 많은 것을 가진 길이다. 
 
현암사에서 내려다 보는 대청호 풍광과 현암사 5층석탑  

    고찰에서 들리는 은은한 독경소리와 붉게 타들어가는 석양의 아름다움을 보고 많은 선비가 시를 읊던 곳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현암사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절로 감탄사를 자아낸다. 한눈에 보이는 대청호와 저 멀리 청남대까지. 그 사이사이 굽이굽이 산맥들은 다도해를 보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절경이다. 이곳에서 일찍이 원효대사가 구룡산 앞에 큰 연못이 조성되고 국왕이 머무는 나라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언하였는데 대청호가 조성되고 대통령 별장 청남대가 들어섰으니 그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인가. 
옆구리 잡고 한바탕 웃음 주고받는 _구룡산 장승공원
    폭설로 쓰러진 나무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던 주민들의 마음은 폐목에 생명을 불어넣음으로 허탈했던 자신의 상흔을 치유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명을 얻은 고목은 마을의 수호신이 되었고 이제는 만나는 이의 안녕을 묻는 장승이 되어 공원을 지킨다.
 
청남대와 구룡산 장승공원, 문의문화재단지


    장승공원의 장승들은 풍자와 해학이 넘친다. 근엄하고 약간은 험상궂기까지 한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의 익숙한 장승과는 사뭇 다르다. 이빨을 앙당그려 물고 있고 입꼬리와 눈꼬리는 올라가 있으며 연인처럼 다정히 머리를 맞대고도 있다. 무수한 표정을 일일이 대면하고 나면 절로 웃음이 난다.
    유난히 많은 남근장승은 청춘들 얼굴빛을 발갛게 달아오르게도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