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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대신 불소: 올바른 치약의 사용법

2022-10-14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 이야기 (성인/노인)
산소 대신 불소: 올바른 치약의 사용법
'불소의 효과와 불소치약의 올바른 사용방법'

    평소 저는 어떤 치약이 좋은가요? 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뭔가 치과의사는 특별한 치약을 추천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것 같은데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마트나 약국에서 파는 평범한 치약을 사서 쓰시면 됩니다.” 대답 후에는 어김없이 “너무 성의 없는 것 아니야?” 라는 떨떠름한 반응과 마주합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추가할 말은 꼭 ‘불소’가 함유된 치약을 사용하세요. 정도입니다.
    치약과 칫솔을 쓰는 목적은 양치질을 잘하기 위해서입니다. 칫솔은 수세미에 비교하고 치약은 세제에 종종 비교하는데요. 치아에 붙은 치면세균막(치태)를 효과적으로 잘 제거해서 치아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칫솔과 치약의 사용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치약이란 치태가 잘 닦여나가도록 치태를 풀어주고 문질러주고 그 자리에 치아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넣어주면 좋은 치약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잘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계면활성제이고 문질러주는 것이 연마제, 치아에 좋은 성분은 불소가 되겠지요. 




 
불소의 효과
    불소는 할로젠에 속하는 화학원소로 대한화학회의 정식명칭은 ‘플루오린’입니다. 따라서 치약에서 플루오르~ 로 시작되는 성분이 불소라고 보시면 됩니다. 불소는 치아를 강하게 하고 구강 내 세균을 약하게 만듭니다. 치아는 수산화인회석이라는 화학구조로 되어 있는데 불소가 치아 표면에 붙으면 이 구조 중 일부와 불소가 결합을 하며 불화인회석을 만들게 됩니다. 불화인회석은 치아 구조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 치태 속 세균이 당을 녹여 산성 물질을 만들어도 그에 대한 저항성을 높입니다. 충치가 생길 확률을 줄이는 것이죠. 또한 세균 자체의 활동도 억제시킵니다. 치태 속으로 불소가 들어가면 세균의 발육이나 활동이 저해되어 잇몸질환이 진행되는 속도도 늦춰줍니다. 
불소의 역사
    불소는 우연히 발견되었습니다. 1900년대 초반 미국 콜로라도 지역 주민들의 치아에 갈색반점(반상치)가 많이 나타났는데, 그 지역에만 유독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역학조사를 했더니 토양의 특성으로 지역의 식수에 지나치게 많은 양의 불소가 들어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그와 더불어 그 지역의 충치 발생률도 현저히 낮은 것이 알려지면서 ‘불소가 충치 예방에 효과가 있을까?’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여러 지역의 식수에 들어 있는 무기질의 함량과 충치 발생 정도를 조사합니다. 그 결과 다른 무기질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데 불소가 많을수록 충치발생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고농도의 불소를 장기 음용하면 콜로라도 주민들처럼 치아에 반점이 생기지만 적정 농도의 불소에서는 반점이 안 생기고 충치 발생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1945년 이후 미국은 상수도에 1.0ppm의 불소를 투여해서 각 가정에 보급했습니다. 이것이 ‘수돗물 불소화(수불화)’ 사업의 시작입니다. 현재도 미국은 80% 이상의 도시에서 수불화 사업이 지속되고 있고 WHO는 비용-효용 대비 우수한 우식예방법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82년부터 청주와 진해에서 시범적으로 0.7-0.8ppm의 저농도로 수불화 사업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식수에 불소를 주입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해 모든 사업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불소치약의 올바른 사용은?
    치약에 함유된 불소를 삼켜도 문제가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불소 역시 화학물질 중 하나이니 찜찜한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간혹 무불소 치약을 쓰거나, 물로만 양치질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설거지를 할 때도 세제보다 빡빡 닦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괜찮습니다만, 적당한 양의 세제를 사용하는 것이 설거지의 효과를 높이듯, 적절한 양의 치약을 사용하는 것은 양치질의 효과를 높입니다. 또한 식수에 불소를 포함하지 않는 우리나라 특성상 하루 3번 치약을 다 삼켜도 하루 불소 섭취양을 넘지 않으니 안심해도 좋습니다.
    한 때 불소의 위험성에 대한 보도가 많아지면서 저불소치약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요, 1000ppm 미만이 함유된 저불소치약에 대한 충치예방효과에 대한 근거는 부족한 편입니다. 따라서 치약을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저불소치약을 사용하는 것보다 권해드리고 싶은 방법은 치약을 적은 양만 사용하는 것입니다. 대개 칫솔에 묻혀 있는 치약의 양은 칫솔모의 길이만큼 치약이 가득 묻혀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우리 입안의 치아를 닦기에는 너무 양이 많습니다. 미국치과의사협회는 적절한 치약의 양을 ‘pea-sized’ 또는 ‘smear layer’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콩알만큼의 크기나 얇게 펴 바른 정도면 충분하다는 거죠. 그 정도 양으로도 충분한 세정력과 불소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치약을 바른 칫솔에 물을 묻힌 뒤 양치질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약에 함유된 연마제나 불소는 물에 닿으면 그 농도가 희석되기 때문에 굳이 물을 묻히고 양치질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양치질을 하고 나면 잘 헹궈내는 것이 중요한데 어차피 불소는 화학적으로 치아에 결합함으로 많이 헹궈낸다고 그 효과가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충분히 헹궈내지 않아 계면활성제 같은 성분이 입안에 남아있게 되면 이는 입안을 건조하게 만들어 구취를 유발하고 세균 번식이 쉽게 만들 수 있으니 충분히 물로 헹구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수치약의 효과는?
    가끔 잇몸병 치료나 치석제거 기능 등이 있다는 치약 광고를 봅니다. 물론 치태를 잘 제거하는 것이 잇몸병을 예방하고 결국 치석이 생기지 않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치약의 특정한 성분으로 이런 효과를 낼 수는 없습니다. 먹어서, 발라서 잇몸병이 치료되는 방법은 아직까지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시린 치아 전용 치약’이나 ‘미백 치약’의 경우에는 그 기능에 대한 효과가 더해져 있습니다.
    치아를 시리게 하는 원인에는 치아를 구성하고 있는 상아세관이라는 얇은 관이 넓어져 생기기도 하는데, 시린 치아 전용 치약에는 이 상아세관을 막아주는 성분인 인산삼칼슘이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불소만으로도 상아세관 주변을 튼튼하게 만들어 자극도를 줄여줄 수 있으므로 증상이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 치약을 사용하셔도 무방합니다.
    미백 치약의 경우는 치아를 하얗게 만들어주는 미백약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치아를 하얗게 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의약외품이므로 농도가 3%를 초과할 수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초기에는 효과를 보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극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래 사용하게 되면 미백 성분은 치아를 시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시린 증상이 있으신 분들은 이 치약은 오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Simple is the best.” 제가 좋아하는 문장입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관련 산업이 발전하면서 각종 기능이 더해지기 마련입니다. 물론 그 또한 중요한 일이지만, 항상 본질은 기본에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