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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마동리 유일 청년이지만 나중에는 마을 이장을 하고 싶어요

20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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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 (주)농업회사법인 ‘촌스런’
지금은 마동리 유일 청년이지만 나중에는 마을 이장을 하고 싶어요
'청주 문의 마동리 청년농부 안재은씨'

    “저는 농번기에는 농사를 짓고, 농한기에는 농업 콘텐츠를 만드는 청년농업인입니다.”  
    자칭 ‘프로 촌년’이라고 말하는 안재은씨(30)는 청주시 문의면 마동리에서 (주)농업회사법인 ‘촌스런’을 운영하며 농사를 짓고 있는 청년 농부이다. 재은씨는 TV, 라디오, 유튜브,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알려진 마동리 간판스타이기도 하다. 그런데, 마을의 유일한 청년이며, 훗날 이장이 될 것을 꿈꾸는 재은씨는 사실 풋풋한 도시 아가씨였다. 그것도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도시에서 태어나 잘 살던 그가 왜 20대에 농부의 삶을 택했는지, 그 궁금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대에 귀농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농사를 짓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은 서울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은퇴예정자분들의 교육을 설계하는 일을 했었거든요. 자연스럽게 귀농귀촌 교육을 접하게 됐고, 내용을 듣고 있다 보니까 60대에 가서 농사를 짓는 거보다 20대에 농사를 짓는 게 더 비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60대 임원들이 듣는 교육을 너무 열심히 들었던 탓일까요. 결국 도시 생활을 은퇴할 결심을 하게 됐죠. 
    처음엔 300평으로 농사를 시작했어요. 이장님과 마을 분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초짜 농부다 보니 수익이 나올 리가 없었죠. 내가 잘 할 수 있으면서,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이때 생각해 낸 것이 농산물 생산과 유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농촌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해왔던 콘텐츠는 도시 청년들이 농촌에서 지내면서 삼시세끼를 해먹는 ‘삼시세끼’, 비닐하우스에서 콘서트를 여는 ‘촌스런 콘서트’, 마동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자서전형 화보집 ‘마동화책’, 지역 음악인과 협업한 농촌 음원 ‘초록, 파랑, 하양’, 농촌 할머니들의 도농상생 비대면 요리교실 ‘할매 레시피’, MBC 충북과 협업하는 유튜브 채널 ‘촌스런 떡국씨’ 등이 있어요. 
문의와는 어떤 인연이 있나요?
    문의에는 2015년에 부모님이 먼저 정착하셨어요. 농사를 지으러 오신 것은 아니고요, 숙박업을 하셔요. 문의와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 같네요. 
    귀농을 결심하고 문의에 집을 마련한 것은 2018년이에요. 미천리에 거처를 마련하고, 마동리에 농지를 구했어요. 이때부터 농사도 짓고, 농업 콘텐츠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로컬크리에이터도 됐죠.
    농사일은 마을 어르신들과도 더 친해지게 했어요. 처음에는 “여자가 이런 일 하는 거 아니야.”, “시집이나 가지 무슨 농사?”라고 하셨던 분들이 이젠 농사짓는 법도 가르쳐 주시고, 밥도 주시고…. 그분들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됐죠. 




 
농사를 지으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일단 자본력 부족이 20대인 제게 큰 난점이었어요. 왜 은퇴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귀농을 권하는지 알겠더라고요. 과수원을 하려 해도 수천 평은 확보가 되어야 하는데, 자본력이 없는 제겐 힘든 일이었죠. 농기계부터 시설비용까지 모두 돈이 드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농지에서 수입을 창출하는 것보다는 콘텐츠 개발에 더 주력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콘텐츠 농업이 마을 어르신들에게 인정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어르신들 눈에는 농사일에 붙어있지 않고 돌아다니는 ‘건달’로 보였거든요. “농사짓는다면서 맨날 건달처럼 돌아다녀!” 어르신들의 눈엔 농지에 계속 붙어있으면서 작물 잘 관리하고, 공판장에서 내놔야 착실한 농부인데 말이죠. 
    제가 하는 일은 내 농지에만 붙어있지 않고, 이곳저곳 다른 집 농지에서 행사를 기획하면서 농산물 판매 이외의 일들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에요. 지난 10월에 열린 ‘건달농부’는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젊은 농부들의 네트워크 행사로 기획된 프로그램이었어요. 




 
‘촌스런’은 어떤 회사인가요?
    ‘촌스런’은 농촌의 ‘촌’과 배움을 뜻하는 영어단어 ‘런(learn)’을 결합해 ‘농촌은 배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농사를 지으면서 농촌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2018년 처음 설립했고, 2020년에 예비사회적기업이 됐습니다. 마동리에는 굉장한 자원들이 있지만 고령이신 주민들은 그 자원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세요. 이 자원을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세대가 어울리고, 도시민들에겐 농촌 생활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면 좀 더 농촌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잖아요.
재은씨가 꿈꾸는 농촌은 어떤 농촌인가요?
    농촌에 대한 이미지는 ‘고령화됐다’, ‘낙후됐다’, ‘정적이다’ 등 긍정적인 이미지보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있어요. 그러나 농촌에 와 보면 그렇지 않거든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일들이 많아요. 
    도시 청년들이 농촌살이를 즐거운 문화로 접할 수 있고, 농촌 생활권 안에 고령뿐 아니라 다양한 세대들이 존재했으면 해요. 제가 중년이 됐을 땐 그런 농촌이 되어있겠죠? 

 
左) 촌스런콘서트    右)마동리 할머니와 요리 라이브방송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마을과 관련해서는, 이제까지 어르신들과 주로 활동해 왔는데 앞으로는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농촌에서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늦게까지 혼자 있는 아이들이 많아요.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바라기는 어르신과 청년들, 아이들이 모두 어우러질 수 있는 농촌이 되었으면 합니다.
    두 번째로는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과수 농장을 지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려고요. 고령화가 지속되다 보니 과수원을 이을 농부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에요. 과수원을 살리는 것이 지구 환경도 살리는 방법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농업을 공부하고 싶어서 일본어를 배우고 있어요. 끝으로, 농촌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있다면 우리 촌스런을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