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

[메이키제작기 #01] 제작 의뢰부터 기획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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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 이루어지는 메이크의 세계: 메이키 제작 의뢰를 받다

올해로 메이커 페어가 서울에서 개최된 지 5년째가 되었다. 그리고 나도 메이커 페어 서울에 5년째 계속 참가하고 있다. 많이 참가했다고 개근상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메이크(창작 활동)라서, 메이크 활동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메이커 페어 서울에 매년 기쁘게 참가한다. 해마다 열리는 메이커 페어 서울에 참가하면서, 당연한 건지 모르겠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실력이 부족하는 생각에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고 미완성작을 들고 갔었다. 그런데 그다음부터는 갈고 닦은 메이크 실력을 보여 주고자 하는 생각에 작품을 많이 만들고, 또 많이 들고 나갔다. 해를 거듭할수록 메이커 페어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메이크 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기회도 생겼고, 가치 있는 것들이 생겼고, 또 많은 것을 받았다.
그렇게 경험을 쌓으면서 올해 다섯 번째 메이커 페어에 참여하게 되었다. 많은 것을 얻은 만큼, 올해는 메이커 페어에 기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짧은 고민 끝에 신기하고 멋진 걸 들고 나가면 그게 최고의 기여 아닐까라고 생각하던 중, 메이커 페어 서울 기획자 정희 씨한테서 연락이 왔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온 우주에서 화답하여 긍정적인 기운이 나에게로 찾아온다고 했던가.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 또 이런 기회가 찾아 왔다. 내가 메이키 로봇을 만들게 되었다니! 메이키는 메이크(make.co.kr)에서 메이커 페어 같은 행사나 도서 등에 사용하는 로봇 모양의 캐릭터 로고이다. 사실 메이키를 만드는 것은 이번으로 두 번째지만, 이 로봇의 이름이 메이키라는 것은 이번에 작업하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메이키를 처음 만들었던 것은 2013년으로, 당시 2회째 개최된 메이커 페어 서울에서 팔만 움직이는 2D 형태의 메이키를 만들었었다(이 메이키의 형태는 정식 메이키와 약간 다른데, 해외의 어느 메이커 페어에서 변형해 사용한 로고라고 들었다. 디자인이 더 멋져서 이걸 따라 만들었었다).
이번 메이키의 제작 목표는 메이커 페어 서울이 정식 메이커 페어가 된 것을 자축하기 위한 것이며, 메이키가 이번 메이커 페어 서울의 상징물이 되는 것이므로 제작 가능한 수준 내에서 가장 크게 만드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압도적으로 큰 사이즈로 만들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실적인 제약이란, 다름 아닌 작업실 천장의 높이였다. 천장 높이를 측정해 보니 2.5m여서 메이키의 높이를 2.3m로 확정했다. 작품의 크기가 한낱 작업실의 천장 높이에 좌우 되다니… 하지만 몇 주 후 작업을 진행하면서 나는 천장의 높이가 2.5m였다는 사실에 매우 감사하게 된다. 사이즈를 확정했지만, 수치로만 이야기 하는 것과 실제로 보는 느낌은 매우 다르다. 그래서 나는 우선 실제 사이즈의 메이키를 그려보기로 했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작업실의 한쪽 벽면을 칠판용 검은 페인트로 칠해서 칠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해야 할 일을 적어 놓거나 갑자기 생각난 아이디어를 기록해야 할 때 쓰곤 했는데, 작업실을 방문한 사람들로부터 탐난다는 평을 많이 들어 왔다. 그 칠판 벽을 깨끗이 닦고 메이키를 그렸다. 그려서 직접 보니 감이 확 온다. 팔 하나가 어린아이 크기 만하다. 쉬운 작업이 아닐 듯 하다.
샌프란스코 산 메테오에서 메이커 페어가 시작된 이래로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분명히 다양하고도 서로 다른 버전의 메이키가 무수히 만들어 졌을 것이다. 나는 인터넷에서 다른 이들이 만드 메어키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찾아본 결과 다양한 메이키들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것들은 각자 독특한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나는 로봇을 만든 경험을 살려 메이키를 움직이게 만들어 ‘메이커 페어 서울’의 개성을 가진 유니크한 메이키를 만들고자 마음먹었다.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메이키는 메이크에서 사용하는 로봇 형태의 캐릭터다

메이키에 대한 구상을 시작하다

안전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니크한 메이키를 만들고 싶지만, 메이키의 움직임이나 디자인은 현실과 타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선 다리를 고정해야 했다. 다리 외에 보여줄 수 있는 움직임으로는 머리와 몸통을 돌리고, 양팔을 들어올리고 팔꿈치를 흔드는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로봇다운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나의 제작 목표가 되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게 있다. 어렸을 때 보았던 태권V나 마징가, 많은로봇 매니아를 탄생시킨 에반게리온, 영화 퍼시픽림 등의 로봇이 등장하는 작품을 떠올려 보자. 이 모든 작품에 등장하는 공통적인 존재가 있으니, 바로 '파일럿'이다. 거대 로봇에는 파일럿이 있어야 한다. 나는 평소에, 그래야만 진정한 거대 로봇이 완성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메이키에도 파일럿 조정 시스템을 넣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나의 파트너인 정민정 작가에게 부탁해 메이키 후면에 조종석과 파일럿을 오토마타로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단, 여기에는 현실적인 제한 사항이 있다. 바로 야외 전시물이라서 방수가 되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운반의 편의를 위해서 조립식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야외에서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게 만드는 것도 당연히 고려할 사항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록 많은 도전 과제가 등장한다. 힘들기도 하지만 도전 정신을 자극한다. 기획을 하는 단계는 무척이나 즐거웠다. 이런 저런 숙제가 많지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점점 작업을 시작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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