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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키우고 볕이 맛을 낸 향긋한 우리 과일

20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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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우리 삶과 함께하다
흙이 키우고 볕이 맛을 낸 향긋한 우리 과일
'다래 / 참외 / 배 / 감 '

    수입, 품종개량, 하우스 재배 등을 통해 이제는 다양한 과일을 계절에 관계없이 맛볼 수 있는 시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기후변화로 과거에는 나지 않던 과일들이 속속 우리 땅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선택지가 다양해졌지만 어쩐지 계절을 기다리며 먹던 토종 과일들이 그립다. 우리 삶과 함께했던 과일, 그 이야기를 전한다. 


산과 들이 키운 달콤한 과실 다래
    한반도와 중국, 일본에 자생하는 열매
    다래는 전국의 산속 덩굴나무에서 자라는 야생 열매로, 국내에서 자라는 온대 과실 중 당도가 가장 높을 정도로 달아 '다래'라 이름 붙여졌다. 고려가요인 [청산별곡]에서는 속세의 쌀·보리와 상대적인 개념으로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라고 표현했을 만큼, 예부터 우리 민족에게는 친숙한 과실이다. 7~8월이면 붉게 열매가 달리고 10월이면 황록색으로 익는다. 따서 바로 먹으면 신맛이 강하고, 닷새 정도 두어야 제맛이 난다. 맛은 키위와 비슷하지만 크기는 대추 정도로 작고, 키위와 달리 껍질이 얇고 털이 없어 껍질째 먹는다. 
    한 알이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충족
    '참다래'는 중국 청나라 때 선교사에 의해 뉴질랜드로 전해져 개량된 양다래, 즉 키위를 1980년부터 국내에 들여와 재배하면서 붙인 이름으로, 다래가 그 원종이다. 다래는 키위와 견주어 단맛이 강하고, 비타민과 섬유소가 더 풍부해 한 알이면 비타민 하루 필요량을 채울 수 있다. 식욕뿐 아니라 약용으로도 활용 가치가 높아 갈증과 열을 해소하며 이뇨작용에 효과가 있다. 일상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돼왔는데, 새순은 나물로 무쳐 먹고 부드러운 가지는 소코뚜레와 겨울철 설피의 재료로, 껍질과 줄기는 노끈으로 쓰이는 등 다래는 우리 삶에 유용한 존재였다. 
    + Culture
    창덕궁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600년 수령의 다래나무가 있다. 키는 19m, 둘레는 15~18cm이며, 여섯 개의 굵은 줄기가 사방으로 길게 뻗어 있다. 창덕궁이 세워지기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천연기념물 제251호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여름 더위와 갈증 달래주는 참외
    품종 육성을 통해 현재의 단맛 담아
    참외는 삼국시대 때 중국에서 들어와 통일신라시대 때 재배가 일반화됐다. 당시의 참외 맛은 지금과는 달리 오이보다 약간 단 정도였는데, 이는 으뜸을 뜻하는 '참'과 오이의 옛말인 '외'가 합쳐진 '참외'의 어원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1950년대까지는 성환·강서·감 참외 등 재래종이 재배됐으나, 1957년 일본에서 당도가 높은 은천 참외가 들어와 1960년대부터는 은천 참외가 주를 이뤘다. 이후 국내 환경에 적합한 신은천과 금싸라기 품종이 육성돼 중국·일본과는 다른, 단맛이 강하고 육질이 좋은 현재의 우리나라 참외가 자리 잡게 됐다.
    환경 및 재배방법으로 제철 바뀌어
    농촌의 일손 부족과 고령화로 전국의 참외 재배면적은 해마다 줄고 있다. 참외는 경북 지역이 대표 산지로, 이중 성주군은 전국 출하량의 90%를 담당한다. 성주군은 1950년대부터 참외를 재배해왔는데, 이는 습한 땅과 따뜻한 겨울, 여름철 태풍과 비 피해가 적은 환경적 요인 덕이다. 1990년대까지는 수박 재배농가도 많았지만, 대구로 가는 다리가 놓이면서 운송비 등에서 유리한 참외가 수박을 밀어내고 고지를 점령했다. 노지참외는 장마철 산성비에 노출되면 쉽게 썩기 때문에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3월 초순부터 수확하는 하우스재배가 일반적이다. 
    + Culture
    참외 재배가 일반화되면서 그 모양은 문화예술의 소재로도 널리 활용돼, 청자 참외 모양 병을 비롯해 신사임당의 그림에도 자주 등장했다. 우리나라 외에 참외를 먹는 나라가 거의 없어 영어 명칭은 없고, 서양에서는 주로 '코리안 멜론(Korean melon)'으로 칭한다. 참외는 국제 식품 분류에도 '코리안 멜론'으로 등재돼있다. 


수분 가득 귀하신 몸 배 
    재배 장려에 진상까지
    중국의 가장 오래된 농업기술서인 [제민요술]에는 삼한시대의 배 재배 내용이 기술되어 있으며, 우리나라 문헌으로는 [삼국유사]가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문헌들에 따르면 고려시대 때는 국가가 배나무를 심어 소득을 높일 것을 권장했으며, 성종(1469∼1494) 때는 고품질의 배를 나라에 진상했다고 하니 우리 민족이 배와 함께한 역사는 꽤 길다. 예로부터 배는 매우 귀한 대접을 받던 과수로, 특히 나주배는 1871년 [호남읍지]에 진상품으로 기록됐을 만큼 당도가 높고 맛있기로 유명했다. 나주배는 현재도 전국 생산량의 24%를 차지한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아
    배는 90% 가까운 수분에 당분, 아스파라긴산이 들어 있어 피로와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본초강목]에도 배를 '향기로운 즙이 넘치며 능히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과실'로 소개하며 '폐를 보하고 신장을 도우며 담을 제거하고 열을 내리며 종기의 독과 술독을 푼다'고 효능을 밝히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들어온 신품종으로는 신고배가 유명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1960년대 육성품종의 효시인 '단배'를 시작으로, '황금배', '추황배', '원황', '만풍배' 등 일본 개량 품종에 뒤지지 않는 우수한 품종이 육성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 Culture
    배를 먹을 때 씹히는 부드러운 알갱이는 석세포로, 이 사이의 프라그를 탈락시키는 효과가 있다. 과거에도 이러한 양치 효과를 느꼈는지 '좋은 일이 거듭 생긴다'는 뜻의 '배 먹고 이 닦기'라는 옛 속담도 찾아볼 수 있다.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배. 황색 껍질은 오행에서 우주의 중심이자 흙을 나타내고, 속살인 흰색은 백의민족을 뜻해 제물로 쓰였다. 


까치를 위한 달콤한 배려 감
    풍요와 인심의 상징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감은 지나가는 누구에게나 허락된 달콤한 간식이었고, 늦가을 홍시로 변해가는 감은 까치들의 끼니를 걱정해 남겨둔 우리네 정이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랜 재배 역사를 가진 과일 중 하나로 꼽히는 감은 우리나라에서도 일찍부터 재배돼온 과일로 추정되며, 그 첫 기록은 1236년 간행한 의서 [향약구급방]에서 찾을 수 있다. 감은 우리 민족과 뗄 수 없는 친숙한 과일로, 전래동화에서는 호랑이를 떨게 할 무서운 존재이자 박인로의 연시조 '조홍시가'에서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그리움의 매개체였다.
    단감 생산량 세계 1위
    우리나라 단감 생산량은 약 20만 톤으로, 국내 생산 과수 중 유일하게 전 세계 생산량 1위를 차지한다. 이는 중국의 4배에 달하는 양으로,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감은 저장 방법에 따라 말리면 곶감, 익히면 홍시로도 먹을 수 있으며, 떫은감은 발효시키면 감식초, 풋감은 감물을 만들어 천연염색제로도 사용되는 변화무쌍한 과일이다. [동의보감]에는 목이 아프거나 갈증이 있을 때는 홍시, 소화가 안 될 때는 곶감을 먹도록 했으며, 감잎이나 꼭지는 차로 끓여 자주 마시면 혈액과 심장 관련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유용하다고 기록돼 있다. 
    + Culture
    떫은감이 익으면 단감이 된다고 알고 있지만, 엄밀히 단감과 떫은감은 다른 품종의 감이다. 우리나라 재래종은 떫은감이 대부분이며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는 단감은 일본 품종이다.
감의 타닌 성분은 몸 속 수분을 흡수해 변을 딱딱하게 만든다. 변비가 있다면 한꺼번에 너무 많은 감을 먹는 것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