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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이 있는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2022-10-11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행복한 문의’를 만드는 이소연 로컬크리에이터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이 있는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다 함께 ‘문의하실래요’ '

    로컬크리에이터란 지역 고유의 특성과 자원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지역가치 창업가’를 말한다. 정부가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및 발굴에 공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최근 몇 년간 우리 지역에도 눈에 띄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부쩍 늘었다. 그 중 청주 문의면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소연(39) ‘내안에 Book(북)’대표는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로 유명하다.



 
“문의가 너무 예뻤어요”
    이 대표가 문의에 터를 잡은 것은 2019년. 도시 아파트에만 살던 그가 하고많은 지역 중 문의로 이촌을 결심하게 된 것은 문의가 예뻐 보였기 때문이란다. 
“아이들의 엄마가 되고 나니 도심의 큰 학교보다는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학교에 아이들을 다니게 하고 싶었어요. 문의에 연이 닿아서 다닐 기회가 있었는데, 문의가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상의 끝에 온 가족이 이사를 결심했죠.”
    평소 남다른 교육관을 가지고 있었던 이 대표는 그렇게 문의면 노현리에 둥지를 틀고 로컬크리에이터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 동네 책방 ‘내안에 Book(북)’과 비영리단체 ‘문의하실래요’, 충북로컬크리에이터협동조합은 그가 문의를 거점으로 크리에이터로서 활동하면서 만든 단체이다. 
배움엔 몸을 사리지 않는 열혈주부
    평생교육사, 독서지도사, 펩아트 골드마스터, 종이미술지도사, 유아 아동 레크리에이션 지도사, 타악퍼포먼스 지도사 등 수많은 자격증과 사단법인 안전문화교육원 이사, 충청북도 지방대학 및 지역인재 육성지원협의회 위원, 충북청년여성일자리플랫폼 청춘잡담 운영위원, 충북녹색어머니연합회 자문위원, 청주시 관광기념품육성개발위원회 위원, 농업회사 법인 ㈜촌스런 이사, ㈜크리에이트 나인 대표이사, 내안에 북 동네 책방 대표, 문의마을 계간지 편집위원 등 그의 직책은 손에 다 꼽기 힘들다.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맡고 있는 직책도, 활동도 많은 그에게 이 모든 일들이 가능했던 것은 그 누구보다도 자기실현을 위한 ‘배움’에 열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고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그의 대학 전공은 위에 열거한 이력과는 괴리감이 느껴지는 재료공학이다. 
    “결혼 전엔 화학회사를 다녔어요. 연구소에서 늘 유해물질과 가까이 지내면서 이 일을 지속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죠.”
    이후 그녀가 선택한 것은 종이접기와 타악이었다. 교육학도 이때 공부했다. 세계종이접기 창작공모전에서 상도 타고, 강의도 다녔다. 또 타악공연까지 활발하게 하면서 ‘다재다능’함을 몸소 보여줬다. 2017년 창립한 디자인회사 ㈜크리에이트 나인은 충청북도 청년창업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청주시 홍보 웹드라마 기획, 공식블로그 디자인과 운영, 비영리단체 ‘문꽃’ 활동, 금천동 동네기록관 아카이빙 등 그의 도전정신은 지역 문화사업에서 한껏 빛을 발했다.




 
이젠 어엿한 문의주민이 되어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 책놀이터 같은 공간을 갖는 거였어요. 시내(문의면 행정복지센터 소재지)에 책방이 있으면 아이들도 하교 후에 있을 공간이 생겨서 좋잖아요.”
    동네 책방 ‘내안에 Book(북)’은 이런 그의 작은 소망으로 탄생한 공간이다. 내안에 북은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책을 소재로 한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올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이 됐어요.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활동해 온 저의 진정성을 인정해주신 거죠. 이젠 정말 문의주민입니다.” 원주민보다 더 원주민 같은 이 대표. 그 누구보다도 문의에 대한 애착과 열정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 함께 ‘문의하실래요’ 
    문의의 자연과 생산자원, 인력자원 등을 활용한 경제 가치의 창조 활동은 이 대표에게 늘 과제이며, 크리에이터로서의 사명이다.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을 시작으로 만들게 된 비영리단체 ‘문의하실래요’는 문의지역 특색을 살린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살아 숨 쉬는 향교 문화재 활용사업인 ‘문의 향교 가는 날’, 청주행복교육지구 마을속 특색프로그램 사업 ‘문의마을 놀이터’, 예술꽃씨앗학교 ‘씨앗가꿈이’ 등은 문의 고유의 특성과 자원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아이디어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이 있는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어르신에게 마을 옛이야기를 듣고, 마을 화가들과 함께 그림도 그리고, 삼촌들과 마을 길도 걸어보고, 전문 요리사와 함께 문의 농산물로 요리도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았어요. 장이 서는 날엔 다같이 모여 아나바다도 열고요. ‘문의마을 놀이터’는 이런 바람으로 만들었어요.”




 
쉽지 않은 ‘지역가치 창업가’ 
    “지역마다 크리에이터들이 활동을 많이 하고 있지만, 각각의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 마을에서 지지기반을 조성한다는 것은 어려워요. 무엇보다도 마을의 자원이 되어서 수입 창출을 이끌어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죠.”
    그녀는 지역가치 창업가로 정착하려면 마을과의 공감대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외부인이었을 때와 내부인(마을주민)이었 때 느끼는 것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문의에 직접 와서 살면서 깨달았어요.” 
    사업을 구상하고, 기획할 때 원주민과의 관계 형성과 세대 간 연결의 중요성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비로소 알게 된다고. 오랜 시간 마을 주민들과 함께 살아 온 이 대표만이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지역의 가치 창조를 위해서 도시와 농촌의 연결도 빼놓을 수 없다. 
    “도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농업을 주제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제가 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농업회사 법인 ㈜‘촌스런’의 이사이기도 이 대표가 요즘 하는 고민이다.
내가 바라는 세상 만들기
    “소외된 부분들을 잘 발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다문화가정의 엄마들과 아이들을 위한 마을 프로그램을 만들고, 누구나 아름다운 추억을 안고 갈 수 있는 ‘로컬투어’를 구상하고 있다는 이 대표. 그는 끝으로 “사라지는 소비가 아닌, 생동하는 소비가 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앞으로도 이를 위한 공부를 꾸준히 할 것이라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