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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어 마음을 쉬다

2021-06-29

라이프가이드 여행


성큼성큼 팔봉산,은적산 따라
멈추어 마음을 쉬다
'안심사, 동화사 그리고 한 걸음 더 가볼만 한 곳'

    봄빛이 새롭다한들 산사에 쌓인 세월의 빛을 가릴까. 그리움 없이는 이 세상에 한 송이 꽃도 피지 않는다. 한 송이 꽃도 지지 않는다. 고요를 흔드는 바람처럼 삶 또한 흔들리는 것. 다만 잠시 멈추어 보라. 
안심하라, 마음이여 _ 안심사
    꼭 무엇을 깨닫고자 절집을 찾는 건 아니다.
    길어야 몇 시간 머물 뿐인데 깨달음이란 게 그리 쉬운가. 제대로 멈추기도, 고요해지기도 부족한 시간이다. 그저 고단했던 마음이 잠시 쉴 수 있다면 더 무엇을 바랄까. 안심사는 그렇게 마음을 쉬기에 좋다. 구룡산 서쪽 자락에 그린 듯 앉아있는 천년 고찰. 정갈하고 우아한 이 절집엔 일주문도, 사천왕문도 없다. 대신 수백 년을 산 아름드리 고목들이 입구를지키며 찾는 이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안심사는 청주 인근에서 국보와 보물이 가장 많은 절집이다. 귀하기로는 효종3년(1652)에 그려진 영산회괘불탱(국보 제297호)이 첫자리다. 괘불掛佛이란, 말 그대로 걸어놓는 부처이니, 그림으로 그려진 탱화를 펼쳐서 걸면 그곳이 바로 법당이 된다. 허나 귀한 괘불은 아무 때나 펼치지 않기에 세 번만 친견을 해도 극락왕생한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좌측 상당부터 안심사의 풍경, 국보 제297호 영산회괘불탱, 세존사리탑, 안심사 대웅전, 안심사 비로전


    대웅전을 둘러본 눈길이 햇살 머금은 뜨락에 닿는다. 문양도 없고 글도 새기지 않아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세존사리탑. 그 옆엔 머리를 잃어버린 부처님이 흔들림 없이 가부좌를 트셨다. 다시 볼수록 그 풍경이 주는 울림이 강렬하다. 머리잃은 부처의 몸 위에, 몸을 잃은 부처의 얼굴을 모시다니. 상처가 상처를 덮고, 상실이 상실을 채워주는, 그 애틋하고 따뜻한 풍경에 누군들 위로받지 않으랴. 마음이여, 안심사에서는 안심하라.
    <안심사 보물찾기> 신라 고승 진표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하는 안심사엔 귀중한 문화재가 많아 보물찾기를 하기에 좋다. 영산회괘불탱은 국보 제297호이며, 대웅전 법당은 보물 제644호, 비로전(영산전)과 세존사리탑은 각각 충청북도유형문화재 제112호와 제27호이다. 또한 안심사는 임진왜란 때 영규대사의 승병이 집결해 청주성 탈환을 도모한 곳이기도하다.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사동길 169-28(남이면 사동리 271))
고개 돌린 부처의 전설 _ 동화사
    동화산은 150m 정도의 낮은 산이지만 품이 아늑하고 깊다. 그 산 밑엔 아담한 계곡이 흐르고 예부터 절집이 있었기에 절골이라 불렸다. 기록에는 남수원南水院이란 절이 있었다 한다. 그리고 지금 그곳엔 ‘고개 돌린 부처님’으로 유명한 석불을 모신 동화사가 있다.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68호인 석조비로자나불 좌상이 그 주인공이다. 이야기는 임진왜란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청주로 쳐들어오던 가등청정 휘하의 왜장이 동화산에서 황홀한 황금빛이 비치는 걸 보았다. 필시 보물이라 짐작하고 쫓아와보니 절집이었다. 그런데 왜장이 법당 문을 열자 후광이 사라지면서 석불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게 아닌가. 화가 난 왜장은 칼을 들어 석불의 목을 쳤는데, 베어진머리가 왜장에게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놀란 왜병들은 도망치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 속에 벼락을 맞아 절반이 죽었고, 나머지도 근처 국사봉에 은신했던 의병장 조헌의군사를 만나 몰살되었다는 이야기다. 
 
동화사전경과 관세음보살입상

    이야기는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니, 돌부처가 고개를 돌렸다는 전설은 전란에 신음했던 민초들의 원통과 애통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야기란 그 자체로 치유가 아닌가. 목 부위에 베어진 자국이 선명한 부처님은 오늘도 고개를 약간 돌려 중생을 맞으신다. 하지만 이제 그 얼굴엔 서늘한 외면이 아니라 부끄럼 타는 촌부의 인자한 미소가 머문다. 수백 년 전의 원망과 한숨이 세월과 함께 풀어진까닭이리라. 
동화사 석조비로자나불 좌상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68호)
    신라 말 고려 초의 불상으로 임진왜란 때 산자락에 훼손된 채 있던 것을, 1949년 지금의 동화사 자리에 절을 중수하면서 수습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이 석불의 얼굴이 정면을 보지 않고 고개를 틀고 있다는 점. 사실을 따지자면 불상의 부러진 목을 잘못 복원했기 때문이겠으나 전설은 언제나 팍팍한 현실 저편을 바라보게 한다. 꿈 혹은 소망의 세상을.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척산화당로 444(문동리 150)) 
 
동화사 3층 석탑과 동화사 석조비로자나불 좌상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68호)
 
한 걸음 더 가볼만 한 곳
    상수 허브랜드(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부용외천길 18)
    사계절 내내 향긋하고 푸른 허브정원을 만날 수 있는 곳. 8만2천 제곱미터(약 2만5천 평)에 1,000종이 넘는 허브가 자라는 허브 전문 식물원으로 유리온실과 실내정원을 갖추고 있어 365일 꽃이 지지 않는다. 허브를 이용한 차와 음식, 체험프로그램이 있고, 곳곳에 연인과 가족을 위한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예쁘고 향기 있는 나들이 장소로 좋은 곳이다.



    청람 황새공원(한국교원대학교 내/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태성탑연로 250/월요일 휴장, 관람객 30명 이내 제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황새를 직접 관찰하고 먹이도 줄 수 있는 곳이다. 한국교원대학교 황새복원연구센터가 조성한 황새사육장을 2014년부터 일반에 개방한 것으로 80여 마리의 황새가 살고 있다. 관람인원 등 몇 가지 주의사항만 지키면 입장이 가능하다. 주변 전나무숲길과 황새습지의자연도 아름다워 생태교육과 휴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척산리 탑신당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척산3리 176-7)
    척산에서 문의 방면으로 가는 길가에 커다랗고 둥근 돌탑이있고, 우뚝 솟은 선바위가 돌장승처럼 서 있다. 탑신당은 마을을 수호하는 서낭당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일제강점기 탄압속에서도 5백년이 넘게 동제를 지켰다고 한다. 매년 음력 정월 보름에 동제를 지내고 지신밟기와 농악으로 풍요를 기원한다. 때를 맞춰 가야 귀한 동제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커피공장 '리트리빈' (청주시 흥덕구 청정로14)
    커피공장이었다가 일부는 카페가 된 리트리빈의 스토리와 더불어 커피포대가 쌓여있는 모습, 진열된 다양한 커피메이커를 보며 마치 커피 박물관에 와 있는 듯 한 기분을 느낀다. 세계 3대 커피를 비롯해 다양한 로스팅 커피의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그들의 커피를 향한 애정이 녹아 있는 이 곳에서 커피 한잔 그 이상의 의미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